집안 일이 있어 아주 짧게 고향을 다녀왔다.
화요일 아침,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를 탈려고 동대구역에 갔었는데,
역사에 들어가자마자 아이팟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버리게 하는 장면이 상영되고 있었다.
4, 5살난 아들을 데리고 있는 뚱뚱한 아저씨가 역창구에서 역무원들과 심하게 다투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갤러리를 이뤄 구경을 하고 있었고 Rhea君 역시 거기에 동참하였다.
KTX 엔진을 삶아 먹은듯, 괴성을 지르는 아저씨 덕분에 싸움의 이유는 금방 밝혔졌다.
그 아저씨 말에 따르면, "표 받자마자 달려가도 기차를 놓치는 표를 줬다, 시바아아아아아아아아놈들아!"였는데
출발시간과 너무 근접한 발권시간이 문제였나 보다.
정확한 발권시간과 출발시간은 알지 못하니 누구의 잘못인지는 알수 없었다.
이 항의에서 몇가지 사실을 알수 있었는데,
1) 그 아저씨는 결코 부유하거나 중산층 계열은 아닌 듯 했다.
2) 싸우는 도중에서도 아이 손은 잡고 있어 아이에 대한 애정은 있다.
3) 욕의 레파토리가 너무나 부족했다, 할줄 아는게 괴성과 시발넘아 밖에 없었다.
그 아저씨에겐 우선 코갤질과 대신욕해드림 아이폰 앱을 추천한다.
우선 그 광경을 보며 아저씨가 광분의 원천이라 할수있는 피해액을 추산해보자.
그날 동대구역에서 가장 비싸다고 할수 있는 거리는 서울역이고
KTX일반석 순방향, 비회원, 자동발권 기준으로 3만 8천원이었다.
창구보다 400원 할인되었으니 3만 8천 400원이고 어린이 표 1장을 감안하더라도
최대치는 대략 6만원 미만이란 비용이 나온다.
또한 기차를 갓 놓쳤을 경우에는 60% 가량 환불이 가능하다.
반바지를 입은 옷차림이라던가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는 점으로 시간이 급박한 중요한 계약이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즉, 기차를 놓침으로써 기회 비용은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환불을 감안하면 최대치 3~4만원 미만으로 싸움을 벌인 것이다.
이제 시선을 아이로 돌려보자.
우선 아이는 상당히 놀랬을 것이다. 아빠가 뷁뷁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하고 역무원에게 끌려 사무실까지 들어갔으니.
그 아이는 무엇을 배웠을까?
무엇이든, 원인이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일단 항의 가능한 상대를 찾아 싸운다라는 아빠의 파이팅 실력을 배웠을까?
아니면 그 상황이 너무나 부끄러웠을까?
아직 분위기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나이로 짐작되므로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하지만 아하, 세상은 이렇게 싸워서 무언가를 쟁취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면
그날 아빠는 몇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아이의 가치관을 뒤흔든 것이다.
물론 괴성을 지르며 욕을 하는 스킬까지 말이다.
30분후, 개찰구로 손잡고 들어가는 아저씨와 아이를 봤다.
정말이지 아이는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조낸 개쪽이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 아저씨는 꼭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애정만큼, 아이에게 보여줄 것과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나누었으면 좋겠다.
PS) 나는 정말이지 아이가 생긴다면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에 애를 데리고 가는게 겁난다.
노숙자, 쉬다 가라는 할매들을 비롯해 각종 막장 사고가 온종일 끊이지 않느 곳이다.
난 아직도 서울역이나 고속터미널을 갈때면 보스전을 상대하는 각오로 들어간다.
노숙자, 쉬다 가라는 할매들을 비롯해 각종 막장 사고가 온종일 끊이지 않느 곳이다.
난 아직도 서울역이나 고속터미널을 갈때면 보스전을 상대하는 각오로 들어간다.
